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데스 노트(Death Note)』라는 작품을 들어본 적 있을 것입니다.
완결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작품임에도 여전히 수작(秀作)으로 꼽히는 대단한 작품입니다.
오바 츠쿠미(Tsugumi Ohba)가 스토리를 맡고 오바타 타케시(Takeshi Obata)가 작화를 맡았는데, 이 콤비가 만든 또 다른 작품으로 『바쿠만(Bakuman)』이 있습니다.
바쿠만의 주인공들은 콤비를 이루어 만화가에 도전하는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천재와의 정면 승부를 거부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이들은 기존의 성공작들을 분석한 끝에, 천재가 아닌 범재(凡才)도 걸을 수 있는
사도(邪道)전략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사도전략을 통해 승리를 쟁취합니다.
과연 사도전략이 현실에서도 통하는 방법일까요?
저는 사도전략이, 천재가 아닌 범재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라고 확신합니다.
제가 그 증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경험한, 실제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부모님은 공부라는 분야에서 저를 포기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때부터 저는 특정 과목에 흥미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반항심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이 원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해야 하는 공부는 정말 재미없었지만,
‘나에게 필요하기 때문에’라는 생각으로 하는 공부는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수학은 아니었습니다.
나름대로 노력을 해보았지만, 시험지를 보면 풀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었습니다.
내신은 전교생을 다 합쳐도 뒤에서부터 등수를 세는 것이 빨랐고,
수능은 전국 하위 99.8%의 성적이었습니다.
‘인수분해’라는 개념이 나왔을 때부터 수학을 내 인생에서 철저하게 배제시켰습니다.
수학이라는 학문을 완전히 포기한 것입니다.
뭔가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은, 에너지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아낀 힘과 시간을 다른 과목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수학을 포기하는 전략을 취했지만, 영어 또한 큰 장벽이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것을 무작정 암기하는 성향이 아닌 탓에,
영단어 책을 단 한 번도 절반 이상 읽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봐도 봐도 이해되지 않는 영문법은 외계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저에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외워”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저에게는 그 방법이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존의 방법을 전부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영단어를 외우는 것과 영문법을 이해하는 것을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대신 예문이 재밌는 영어 예문집을 구입해,
본문의 문장을 내 나름대로 해석한 후 정답지와 맞춰보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문에 나오는 단어들을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되었고,
그렇게 익숙해진 단어는 암기하려 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각인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예문을 수백 번 반복해서 읽다 보니 문장 자체가 저절로 외워졌습니다.
문법 공부는 따로 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공부가 아닌 놀이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수백 번 반복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영어 예문집 10권을 독파했을 때, 저의 영어성적은 5등급에서 1등급이 되어있었습니다.
그 흔한 영어학원이나 과외 하나 없이 말입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저는 수학을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인서울 대학에는 꼭 가고 싶었습니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이 인서울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전략을 잘 세워야 했습니다.
수학 성적을 반영하는 비중이 낮은 학교를 선택하고,
수학을 포기한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것은 언어였습니다.
언어 역시 저에게는 정석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EBS에 나오는 지문을 외우는 방법은 생각만 해도 지겨웠습니다.
당시 언어영역을 잘하는 친구들이 반마다 2~3명씩 있었습니다.
그중 우리 반 친구는 조금 특이했습니다.
딱히 공부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데,
언어영역 시험시간만 되면 누구보다 빠르게 문제를 풀고 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언어영역이 매번 1등급이었습니다.
비법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관찰해 보니,
그 친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중독자 수준으로 판타지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시간이 날 때마다 판타지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언어영역 2등급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판타지 소설을 읽는 행위가 언어 성적을 올리는 데 반드시 필요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활자와 친해지면서 글을 빠르게 읽고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른 것이 유효했습니다.
결국 저는 바라던 인서울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수학 성적 반영 비중이 낮은 학교를 선택한 덕분입니다.
짧은 시간에 확실하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생각한 사도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부분은 천재가 아닙니다.
범재가 천재와 맞서기 위해서는
특정 부분에 집중하는 사도전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사도전략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었습니다.